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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서툴지만, 꿈만큼은 또렷한 아이들이 있다. 안산의 한 운동장에 모인 고려인동포 아동·청소년들은 러시아어, 우즈베키스탄어, 카자흐어 등 서로 다른 언어로 외치며 공을 향해 달린다. 하지만 공이 굴러가는 순간, 이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하나의 팀이 된다. 학교에서는 한국어 이해가 어려워 수업을 따라가기 버겁지만, 축구 앞에서는 누구보다 눈빛이 밝아진다. 아이들이 “우리는 진짜 팀 같아요”라고 말하며 서로 손을 잡고 뛰는 모습은 이 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 축구는 이들에게 대화의 도구이자 세상과 이어주는 따뜻한 다리가 되고 있다.
팀을 이루는 아이들 대부분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한국에 들어온 고려인동포 청소년들이다. 입국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은 아이도 있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집에서는 러시아어만 사용해 한국어가 서툰 아이도 있다. 대안학교에서 공부하거나, 공립학교에 다니지만 수업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 그러나 운동장에 서는 순간, 이 아이들은 누구보다 당당해진다. 어제의 어려움도, 오늘의 걱정도 내려놓고 순수한 열정으로 공을 차며 스스로를 증명해 보인다.
전문 코치의 지도 아래 아이들은 드리블과 패스 같은 기본기뿐 아니라 협력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지역 대회에 참가할 때면 아이들은 늘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함께 움직이고 서로를 믿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는 얻기 어려운 성취감을 준다. 국적이나 언어 때문에, 또는 기회가 없어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던 꿈을 다시 붙잡게 되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많아 클럽 회비나 유니폼, 대회 참가비를 마련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은 동네 운동장에서 공 하나로 꿈을 이어가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들은 이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작은 지원만으로도 아이들은 다시 전국무대를 향해 뛸 수 있다.
후원금은 훈련비, 유니폼 및 훈련복, 대회 참가비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며, 이는 또 한 명의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돕는 힘이 된다. 참여 또는 기부를 희망하는 사람은 해피빈(happybean.naver.com)을 통해 응원할 수 있다.이들의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또 한 번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김태창 기자 chang4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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