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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컬럼편집국장 김태창

가을의 문턱에서 열리는 ‘대부도 포도축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지역 행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축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캠벨포도’가 사라지면서, 포도축제는 점점 ‘포도 없는 축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대부도에서 포도축제가 열릴 예정이지만, 현장에 나올 포도는 대부분 샤인머스켓일 것으로 보인다. 캠벨포도는 이미 8월 말이면 대부분 수확을 마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캠벨포도 수확 시기와 축제 일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지속되고 있는 이상기후—특히 봄철 이상 고온 현상과 여름철 급격한 폭염—은 캠벨포도의 생육 시기를 앞당겼다. 당초 9월 초중순에 이르던 수확 시기가 8월 초중순으로 당겨지면서, 축제 기간에는 더 이상 신선한 캠벨포도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역시 현장에서는 샤인머스켓 중심의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혹여 축제 기간 캠벨포도가 판매된다면, 이는 노지에서 수확해 저온 저장고에 보관한 뒤 가져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마저도 양이 많지 않아 축제를 찾는 방문객 모두에게 돌아가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사 일정을 수확 시기에 맞추어 8월로 앞당기자니,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여서 야외 행사는 무리라는 우려가 따른다. 반대로 지금처럼 9월 중순에 열면, 캠벨포도는 이미 다 수확된 이후다. 포도축제임에도 정작 포도가 없는 ‘반쪽 행사’가 반복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해결책은 있을까. 먼저, 행정과 농가, 지역 축제 관계자 간의 긴밀한 협의와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포도 수확 시기가 앞으로도 계속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축제 일정 자체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실내 공간이나 나무 그늘 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8월 중하순으로 축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처럼 걷기축제와 마라톤을 함께 하는 축제가 계속된다면 8월로 축제를 앞당기는 것은 힘든 경우의 수다. 포도축제만 8월로 앞당기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포도축제를 9월에 해야 하는 경우라면 축제 구성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포도 수확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포도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와인 만들기, 포도잼 클래스 등)이나, 지역 문화와 농산물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종합 농촌 체험 축제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캠벨포도만이 아닌 대부도의 포도산업 전반을 조명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상기후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포도 없는 포도축제’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한 지속 가능한 축제’로 거듭나야 할 때다. 과거의 성공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농가의 손해도, 관광객의 실망도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축제의 본질을 다시 묻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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